유전자는 결국 DNA 속 정보가 전사되고 번역되어 단백질의 형태로 작용하는 것이므로, 유전자를 연구하는 데 있어 많은 시간과 노력, 연구비가 소모됩니다. 1950년대 혁신적인 기술이 나타나게 되어 오늘날은 이전에 비해 더 빨리, 더 적은 비용으로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관련하여 단백질 분리와 정제 기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단백질 분리
단백질 구조를 결정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에 관해서는 1953년 Fredrick Sanger의 소 인슐린 연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생어에 의해 소 인슐린 아미노산 서열이 밝혀진 이래 수천 개의 단백질 구조가 밝혀졌습니다. 이전에는 인슐린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 수많은 과학 인력들이 투입되었고 기간도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자동화 기술의 등장으로 아미노산 서열의 결정도 며칠 이내에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단백질 추출 및 정제가 쉽지 않은 이유
자동화 기술도 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화학자들은 단백질 추출과 정제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세포에는 수천 가지의 물질들이 있으며, 단백질의 양은 매우 적습니다. 세포 추출물 중에 내가 원하는 단백질만을 분리해 얻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확인 방법은 목표하는 단백질에 대해 특이적이어야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단백질은 보통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은 생체 내에서 존재하는 물질이므로 pH, 온도, 염 농도에 특히 민감합니다. 실험에서 단백질을 다룰 때 발생하는 문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예로 N₂를 NH₃로 환원시키는 질소고정효소(nitrogenase)에 대한 연구가 오랜 시간 지연됐었는데, 그 이유는 이 효소의 활성이 O₂와 접촉되어 파괴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 종류별 분별 기술
단백질 추출은 세포 파쇄와 균질화로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분획원심분리가 이어지고 만약 단백질이 세포소기관의 성분일 경우 밀도구배 원심분리가 이어집니다. 단백질이 효소인 경우 기질(반응물)의 소모 또는 생성물의 형성을 측정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파장의 광흡수 차이를 측정하는 분광광도계(spectrophotometer)를 사용합니다. 항원(antigen)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는 그 가시도를 증강시키기 위해 방사성 또는 형광성 '태그(tag)'를 부착하여 확인합니다.
단백질 정제
정제
단백질을 정제하는 것은 말 그대로 섞여있는 세포 추출물에서 원하는 단백질만을 순수하게 걸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러프한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단백질의 염석점을 이용하거나, 유기용매 또는 세척제를 사용하여 추출하기도 합니다. 투석은 염, 용매와 세척제 같은 저분자량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됩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각 단백질은 고유의 염석점(salting-out point)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NH₄)₂SO₄ 같은 고농도의 염을 단백질 용액에 첨가하여 단백질을 침전시킬 수 있습니다.
단백질이 점점 더 정제될수록 섬세한 정제 방법이 동원되는데 대표적으로 크로마토그래피와 전기영동이 있습니다.
크로마토그래피 chromatography
단백질 정제에 매우 중요한 방법으로 기술이 다양합니다. 단백질의 크기, 모양, 분자량, 전하 또는 다른 친화력 등을 이용해 정제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매우 순수한 단백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크로마토그래피 방법에서 단백질 혼합물은 이동상이라고 하는 용액에 녹아 있고 단백질은 정지상을 통과하면서 두 상 사이의 분포차이에 의해 분리됩니다. 쉽게 말해 단백질은 액체 상태에 있고, 액체 상태의 단백질을 어떠한 물질에 통과시켰을 때 단백질의 성질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게 됩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3가지 크로마토그래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겔-여과 크로마토그래피(Gel-filtration chromatography)
- 단백질을 크기와 모양에 따라 분리
- 겔 구멍보다 더 큰 분자는 빠르게 통과하여 빠져나가고, 작은 분자는 구멍 안 또는 바깥으로 확산되어 통과하는 이동속도가 느려짐
- 분자량이 작으면 작을수록 이동속도가 더 느려서 이동속도의 차이에 따라 단백질이 분리됨
- 이온-교환 크로마토그래피(ion-exchange chromatography)
- 단백질의 전하에 따라 분리
- 양전하의 물질로 된 음이온-교환수지(resin)는 단백질의 음전하 그룹과 가역적으로 결합
- 양이온-교환수지는 양전하 그룹과 결합
- 수지와 결합하지 않는 단백질 제거 후 목표 단백질을 완충액 pH 또는 염 농도를 변화시켜 정제
- 친화 크로마토그래피(affinity chromatography)
- 단백질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을 이용한 방법
- 단백질과 리간드 사이의 비공유 결합 친화력을 이용
- 보통 리간드는 칼럼의 불용성 기질에 공유 결합됨
- 결합하지 않은 단백질을 통과시켜 관심의 대상이 되는 단백질을 완충액 pH 또는 염 농도 변화시켜 정제
전기영동 electrophoresis
DNA 실험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전기영동방식은 단백질에서도 똑같은 원리로 작용합니다. 단백질도 일반적으로 전하를 띠고 있어 전기장(electric field)에서 이동합니다. 전기영동(electrophoresis)은 분자의 순전하 차이에 의해 분자를 분리합니다. 예를 들어 양전하를 띤 분자는 음극을 향해 이동하고 음전하를 띤 분자는 양극을 향해 이동합니다. 전하가 전혀 없을 경우 전혀 이동하지 않습니다.
전기영동은 폴리아크릴아마이드(polyacrylamide) 또는 아가로오스(agarose) 같은 겔을 사용합니다. 이 겔은 분자량과 모양에 따라 단백질을 분리합니다. 따라서 겔 전기영동은 단백질 또는 다른 분자들의 복잡한 혼합물을 분리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단백질 분리과정 중 현성된 단백질 밴드는 자외선으로 관찰한 후 겔에서 제거합니다. 단백질을 포함한 이 겔 조각을 완충액으로 용출합니다. 높은 해석력 때문에 겔 전기영동은 가끔 단백질 순도를 평가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단백질 정제 단계의 성공여부를 신속히 평가하기 위해 겔을 Coomassie brilliant blue염료로 염색합니다. 겔 전기영동의 한 변형인 SDS-폴리아크릴아마이드 겔 전기영동은 단백질의 분자량을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단백질 분리 및 정제에 관한 실험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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